원추리 원추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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□ 원추리
마주 난 두 잎은 넓어서 우아하고, 곧은 대공은 바람 앞에 당당하며, 휘황한 금빛 꽃잎에 그윽한 향기를 지녔으나, 인기에 초연한 성정은 두 해를 보지 않고, 다음 꽃에게 곧장 자리를 내줍니다.
그래서 그 꽃을 꽃 중의 임금이라 하여, 「원추리」라고 부르는 것입니다. 변방의 오랑캐들이 찬탈로 임금의 자리에 오르더니, 늙어 꼬부라 져도 그 자리를 지키려 갖은 야료를 부리고, 황포를 걸쳤으나 탐욕으로 쉰내가 나며, 어린 백성들에 게나 당당하지 더 큰 힘 앞에 비굴하여 쉽게 고개 숙입니다. 춥고 배고픈 백성들이 닥쳐올 추위를 염려하여 매미처럼, 또는 논 가의 개구리처럼 울어대지만, 배배꼬인 관료들의 대민 지원은 달팽이처럼 굼뜹니다.
하늘의 전령을 대신하여 나비가 거듭 경고를 해도, 임금과 신하라는 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것 챙기기에 급급하니, 식용과 약용으로 자신의 몸 모두를 내주는, 꽃의 임금 원추리 같은 덕(德)을 끝내 보여주지 못합니다. 그들에게는 잘 이끌어 보겠다는 철학도 지키고자 하는 법도 없는 것입니다. 신사임당은 원추리 그림에, 당시 임금과 신하의 덕 없음을 그려서 후대에 전한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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